지쳤다
지쳤다고 말하기가 조금 쑥스럽다.
지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.
하지만 오늘 내가 느낀 바로는 지쳤다.
IT, 생물.. 어디로 가야 내 길인지?
여전히 모르겠다. 나는 모르겠다...
적성이라는 게 대단한 건 아닌 것 같다.
억지로 배웠든 스스로 깨달았든 배워 얻은 지식은 어느 한계를 넘으면
재미를 느끼기 마련이다.
다수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우월한 위치라면 더 공부할 열정도 생기는 법이다.
이 것의 위력은 커서.. 몰라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.
어느 학문이든지 쉽게 배울 수 있으면 즐거운 법이고 어렵게 배워버리면 힘들고 방황하게 된다.
어느 분야든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환경이 쾌적하지 않으면 몸담고 있는 당사자는 방황하게 된다.
오랜 휴학 후 복학..
2년 동안 쌓인 인맥은 대단했었다.
진작에 넓은 인맥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던 지라 넓은 인맥 속에서 진짜 인연 두세 명만이라도 얻으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. 넓은 인맥은 넓고 얕은 인맥 그자체로 놔두면 되는 거였다.
휴학 후 연락을 끊고 지내고. 복학 후 예상했던 대로 인맥은 다 사라져 있었다.
그 동안 다른 세상에 살았던 것처럼 예전에 느끼던 학교는 더이상 쾌활하고 행복한 곳만은 아니었다.
조금 쓸쓸하고 외로울 수 있는 곳이 되었다.
기대하지 않았던 인맥이어서였을까.. 나는 아마 대다수에게 '어느 정도'이상은 주지 않았던 것 같다.
마음에 벽이 있는 상처 많은 인간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.
내가 준 만큼. 받은 것도 딱 그만큼이었다.
사람의 인맥은 주는 만큼 받는 게 맞는 것 같다.
준 그 이상으로 받는 인맥은.. 예전에도, 지금도 없다.
나를 사랑한다는 사람 말고는 아마 없다.
사랑했다던 사람도 많이 주었지만 관계가 정리된 후에는 도리어 상처를 주었다.
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건 애초부터 허상, 허구에 가까운 것이고 다만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함으로써 존재한다고 믿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..
여튼. 내 길일 확률이 높다. 고 믿었던 학문에 대해, 아는사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게 된 것 같다.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거였나?
한 교수님이, 왜하냐며 job을 잡기도 어렵고 간헐적으로 뽑는지라 어려울 지도 모른다고 했다.
그 위에 희망의 말 한마디라도 주었으면 좋았겠지만, 그 말을 듣고 나는 공부의 의욕을 거의 상실했다.
한 달 전에, 찾아뵌 의대 교수님으로부터 내가 충고하는데 왠만하면 그냥 IT하라는 말을 들었다.
그 사람은 당시 내 관심 분야에 대해는 하나도몰라서 그런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.
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, 그 분은 나만큼은 몰라도 알만큼은 알 수도 있을 거 같다.
모르는 부분도 많지만, 그가 아는 한에서는 IT를 하는 게 더 밝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.
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, 내가 이것을 어떤 이유로 하고 있는지 문득 의아해졌다.
무엇 때문에 이렇게 추진하고 있었나?
추진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었나? 더 헤메어도 되는 걸 그랬나? 그만 헤매고 싶었던 걸까?
웃기지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난 여전히 갈등한다. 여기가 맞을까? 하면서.
왜 하려는 걸까? 무얼 기대하나?
하루종일 책에 코 박고 있어도 힘들지 않아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? 나는 그렇게 할수 있을까?
내가 공부하는 사람이 맞을까? 북적대면서 일에 진척도 있고 성취감도 있어야 재밌는데
몇 명 안되는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와 지루함을 견딜 수 있을까?
무엇보다도 그저 돈을 벌고 싶은데 돈도 벌지 않으면서 학업을 연장하는 게 옳을까?
하다가... 에휴. ㄷ ㅏ 그만두고 카페나 차리고 싶다......
회사 가서 돈 벌어서 카페나 차릴까?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.....
회사원들 가장 하고싶은게 돈 벌어서 카페차리는 거라더니..............
한 연구원 오빠가, 한 인턴이 나는 약사가 왠지 잘어울린단다. 왠지 의사가 잘어울린단다.
응....... 그런 말은 왜하는거지. 더 하고 싶게.
생물 공부를 하면서 느꼈다. 이렇게 생물공부 할 바에 그냥 시험준비를 한번 더 해도 되겠다.
하지만 생물 공부하고 싶은생각은 있지만 시험 공부를 다시 할 생각은 별로 없다. 시험을 치르는 것도 무섭다. 가장 무서운 건 시험치르는 날과 그 전날의 긴장감이다.
그 긴장감이 싫어서 공부한다는 말이 맞다. 그 긴장감이 싫을 수록 미리 탄탄히 준비하게 될 거다...
어느 길이던지 어느 선택이던지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..
개강 첫날부터 무척 힘겹게 방황했다.
수업들이 끝나고 꺼져가는 핸드폰을 옆에 두고 도서관에 앉아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해보고,
배운 수업의 책도 찾아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.
하지만 여전히 무겁다.
마무리.....
행복하기란 쉬운 걸까?